[PV] 복다진 - 엄마의 손수건
부모님과 식사를 할 때면 종종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과거 이야기들이 궁금해져서 귀를 더 기울였다.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충청도에서 서울을 가겠다는 개구진 아이였고, 엄마는 외할머니와 직접 감자를 캐서 나눠 먹었던 고단한 이야기가 당연한 듯이 이야기해 주셨다.
지금은 쉽게 느낄 수 없는 시골 풍경과 버스도 없어 오랜 시간 등굣길을 걸어서 가야 했던 이야기들이 엄마, 아빠의 마음 깊이 흐릿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엄마의 손수건]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어느 시골 마을의 여름이었다. 엄마와 아들은 종종 학교 가기 전날 감자를 미리 캐뒀다. 가난하고 먹을 게 없어 도시락도 싸가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감자라도 겨우 싸서 가면 다행이었다. 열 살인 소년은 학교 가는 길이 제법 익숙하다. 가까이 사는 친구와 심심할 틈 없이 함께 등하교를 했고, 커다란 고목 기둥에는 소년과 친구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에 들어가 쉬어 가기도 했다. 한 시간 넘게 걸어가야 하는 풀숲을 지나면 매일 마주치는 동네 개 한 마리가 반겨줬고, 땀을 식힐 수 있는 시원한 냇가가 있었다. 뙤약볕에 목이 말라 쓰러질 것 같던 날도 있었다. 그 냇가는 그들에게 쉼터가 되었다. 소년보다 더 개구쟁이였던 친구는 냇가 옆 버드나무 위에 올라가 시원하게 뛰어내리기도 했다.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냇가에 풍덩 빠져서 노는 날에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깜박 잊어버릴 만큼 재밌게 놀았다. 그런 날에는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게 교실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께서 매번 눈치를 채셨고 우리는 복도에서 벌을 받았다. 친구와 함께 벌을 서고 있지만 오전에 냇가에서 놀았던 걸 생각하니 친구에게 또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소년은 아까 손에 잡고 빙빙 돌리며 들고 왔던 감자 주머니를 찾았다. 너무 즐겁게 논 나머지 감자가 냇가로 흘러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오늘은 굶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 아침에 싸 온 삶은 계란을 나눠줬고, 허기만 간신히 달랜 채 수업을 들었다. 하교를 하는 길엔 해가 반쯤 기울어져 나뭇잎과 흙길을 노랗게 물들였다. 소년은 노을이 지기 전 동네가 노랗게 한 겹 씌워지는 것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덥지 않은 시간이라 친구와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소년과 친구는 서로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서로가 어떤 모습일지 깔깔대며 이런 저런 상상을 했고, 수십 년 뒤에도 이 고향에 돌아와서 함께 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집에 다 와 갈 때 즈음 소년은 잃어버린 엄마의 손수건이 생각나 혼이 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가 대문 앞에 서 계셨다. 손수건과 감자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했고,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았냐며 꼭 안아주셨다. 몸은 고단했지만 즐거웠던 하루의 시간들을 엄마의 품에 놓고 잠들었다.
가난했던 시절, 손수건엔 엄마의 따뜻함이 묻어 있었고 그 시절 순수한 마음이 냇가에 흘러 어느새 친구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세월이 왔다.
CREDIT
Produced by 복다진
Composed by 복다진
Written by 복다진
Arranged by 복다진
Mixed, Mastered by 김영식
Recorded by 천학주 at 머쉬룸레코딩│ 문성준 at 서경대학교│ 전유동 at 유동네
Directed by 복다진, 조은길, 전유동
Vocal 복다진
Piano 복다진
Drum 박재준
Contrabass 조은길
Guitar 사공 (Sagong)
Chorus 복다진
Viola 양혜경
Clarinet 박기훈
Artwork by 아일렛솔
글 복다진
Adviser 전유동
M/V
Production 타이거모스프레젠트
Screenplay 김준엽, 하지수
PUBLISHED BY BISCUIT SOUND